문재인, 위안부 문제에 돈은 필요없다?

오늘(2016년 12월 15일) 국민일보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문재인 "위안부 문제, 진정으로 사죄해야.. 돈은 필요 없다"

혹자는 별 쓸데없는 것 가지고 트집을 잡으려 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 지적을 하는 분이 있더라도 필자는 충분히 이해한다.

문재인 발언의 초점이 "돈"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죄"에 있다는 점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발언을 지적하는 포스팅을 작성하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은 현재로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이다. 특히나 최근 불거진 이재명의 "머슴팀" 발언과 관련한 논란에, 바로 같은 친노계열 안희정의 저격이 뒤따르고, 친노성향 문재인-안희정 지지층의 이재명 모함 열풍이 거세게 몰아친 것을 볼 때, 선거가 가까울수록 세력 없는 이재명이 얼마나 불리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재명의 발언을 "반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막말을 쏟아낸 것은 '안희정'인데도, 오히려 안희정을 두둔하면서 이재명을 욕하는 세력이 순식간에 각 커뮤니티를 장악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필자는 문재인 보다는 이재명이 현 대한민국 상황에 필요한 대통령이라고 판단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재명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에 낙관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엔 참여정부의 쓰라린 실패를 답습할 것이 눈에 선해서 미리 쓴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문재인이나 안희정이나 그냥 보급형, 양산형 노무현에 불과하다.

필자가 지적하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흔히 지적하는 바로 그 이야기이다. 문재인은 물러터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여러가지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냥 착하기만 하고 무책임하고 물러터진 인물이라는 문재인의 단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쯤 되면 이 사람이 변할 거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저 위안부 발언만 봐도 그렇다. 일반인을 잡아다가 국가가 조직적으로 성노예로 만들어 유린한 범죄를 두고 사과만 하면 된다고? 물론 돈 보다는 진정한 사과가 우선순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사과에는 그 반성과 피해자의 아픔에 상응하는 철저한 보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착한 문재인은 진정으로 사과만 하면 되는거라고 하신다.

그럴 것이 아니라, 그깟 돈 100억으로 불법적인 침략과정에서의 잔혹한 인권유린을 무마하려는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속내를 일침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자세 아닌가? 유럽은 독일의 그 많은 사죄와 보상에도 불구하고, 전쟁범죄에 대한 발언권도 여전히 당당히 누리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단순히 위안부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문재인이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이런식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필자가 이번 위안부 발언을 계기로 지적하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정국에서도 문재인의 대응은 무엇이었는가?

문재인은 박근혜의 이런 엄청난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스캔들을 두고도, 박근혜에게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가 반성하는 자세로 책임지고 물러나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도 했다.

이게 무슨 개소린가? 자기가 왕인가? 신인가?

엄연한 법치국가에서, 저런 엄청난 불법과 만행을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반성만하고 집에 가면 그 정도에서 용서하고 명예를 지켜주자고?

당신 착하고 사심 없다는 거, 그거 하나 증명하자고 법도, 공의도, 국민의 주권도 다 무너뜨리자고? 이런 무책임한 소리가 어디 있는가?


반면 이재명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므로 박근혜를 탄핵시켜야하며 대통령직에서 내려오자마자 구속수감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 주장만이 "공정한 주장"아닌가? 불행하게도 소위 "인물 많다"는 야권에서, 이 시국에 공정한 주장을 펼친 사람은 이재명 단 한 사람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의 이런 발언과, 거국내각 같은 안일한 상황인식과 처방은 점차 청와대와 여권에 말려들어가는 결과로 나타났고, 결국 이재명의 판단과 이와 뜻을 같이하는 여론에 따라 뒤늦게 강경입장으로 선회했던 것을 모두 보았다. 이재명 같이 야성적으로 정국을 주도한 인물이 없었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재인을 포함하여 추미애 대표와 민주당의 다수 인사가 비슷한 입장이었고, 개헌꼼수를 속내로한 국민의당과 여러 재야인사들도 이런저런 탄핵가능성 계산이나, 향후 대선국면 시나리오 따위를 이유로 정면돌파를 기피하고 있었다.

4년 전에도 그랬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정원을 동원한 여론조작이 밝혀졌지만, 문재인은 그것을 무기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부정개표 의혹도 강하게 재기되었지만 수개표 확인도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착한 사람이야"를 뽐내듯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필자도 문재인이 깨끗한 사람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전쟁터에서는 덕목이 되기보다는 해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바이다. 물론, 여권이 다시 가면을 바꿔 쓰고 다시 정권을 잡는 일은 막아야 하므로, 문재인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필자 역시 궁여지책으로 문재인에게 투표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컨데,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면 맞닥뜨릴 배고픈 수구세력의 이빨을 물리칠 기개가 없는 사람임을 수차례 증명했고, 따라서 정국은 매우 시끄럽고 혼란할 것이며, 자신의 뒤를 이을 인물도 세워 놓지 못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정권 중반이 넘어설 즈음에는 세력다툼이 수면위로 본격화 될 것이며, 지지율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피로감 속에 염증을 느끼는 가운데 보수층은 다시 결집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측근이라면 모를까 자신은 어떤 권력형 비리 따위가 없이 퇴임할 것이고, 그로 인해 노무현처럼 좋은 사람으로 길이 기릴 팬덤을 확보할것이다. 그 댓가로 나라는 개판 되겠지만 말이다. 이것이 필자가 서두에 지적한 참여정부 답습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이다.

현 시국처럼 보수가 분열되는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들이 약해졌을 때에 부당한 기득권을 쳐부술 사람이 필요하다. 이들이 다시 응집하여 진화한 괴물이 되기 전에 말이다. 이런 시국에, 실패한 지도자 노무현의 인간미에 대한 환상에 젖어서 가장 노무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인물을 뽑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냉정하게 말해, 그런 선택은 박정희를 그리며 박근혜를 뽑은 어리석음과 어느 면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습들 보면 필자는 가슴이 답답하다. 노무현 감성팔이나 하면서 지지 끌어모으고 그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노무현의 실패를 보고 그의 시신을 밟고 한 걸음 더 전진할 사람이 필요하다. 노무현이 말 할 수 있다면, 그도 그것을 바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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