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론적 논증(Ontological Argument)'과 오류

다메섹(On the road to Damascus)님이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번역해 올리셨습니다. 존재론적 논증에 대한 것으로, 기독교인이나 유신론/무신론 논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본 주제일 것입니다.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니까 일단 한 번 보시고, 제가 내용을 한 번 정리한 후에, 이 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은 다메섹님의 유튜브 영상과, 삭제를 대비한 TV팟 영상을 함께 올립니다.





영상의 내용을 제가 일곱 단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신은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로 정의한다.

최대한으로 위대하다는 것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1.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전능)
2. 모든 것을 알며 (전지)
3. 도덕적으로 완벽 (전선)

해야 함을 뜻합니다.




둘째, '가능세계'란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세계를 뜻한다.

가능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은,
만일 세상이 다른 특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었다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들어, 유니콘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유니콘이 어떤 가능세계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결혼한 미혼남'은 어떤 가능세계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혼한 미혼남'이라는 개념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그러므로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만 하다면, 그 존재가 어떤 가능세계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평범한 존재도 있을 것이고, 위대한 존재도 있을 것인데, 조금 더 위대한 존재가 있을 수 있고, 결국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렇듯,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는 '가능세계'의 하나이므로, 어떤 가능세계(들)엔가 존재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넷째,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가 단지 몇몇 가능세계에만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더이상 최대한이라 부를 수 없다.

'최대한'으로 위대하기 위해서는 '모든'가능세계에서 전지, 전능, 전선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섯째, 그러므로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가 어떤 가능세계에 존재할 수만 있어도, 곧 모든 가능세계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는 가능세계에 해당하므로 어떤 가능세계에 존재할 것이며, 그 존재는 전지전능한 존재이므로 결국 다른 가능세계에도 존재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그 속성상 모든 가능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섯째, 모든 가능세계에 존재한다면, 그 중 하나인 '현실세계'에도 존재한다.

현실 세계는 무한한 가능세계 중 하나이므로, 모든 가능세계에 존재하는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는 마땅히 현실세계에도 존재하게 됩니다. 즉, 신은 실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곱째, 따라서 무신론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뿐만 아니라 "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신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결국 어떤 가능세계엔가는 존재할 것이고, 전지전능한 신의 속성상 모든 가능세계에 존재하게 되고, 결국 현실에도 존재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무신론자는 신이 존재할 가능성도 부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신이 존재할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필연적으로 신은 존재한다는 명제에 동의해야 한다는 주장 같습니다.



이제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논리적 오류가 심각한 논증이라고 생각됩니다.


1. 신에 대한 정의의 문제

신을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라고 정의하면서 '전지', '전능', '전선'한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객관성이 없습니다.

영상에서는 '위대한 피자(Pizza)' 같은 개념은 상대적이고 모호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라는 개념 역시 모호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위대하다' 라는 가치판단을 내릴 때, 합의된 기준 같은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가장 위대한 자동차'는 어떤 자동차입니까? 가장 빠른 차인가요? 가장 안전한 차인가요? 가장 아름다운 차인가요? 아마도, 자동차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의 최대치를 충족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자동차'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안전한 차'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가장 아름다운 차는 어떻게 판단합니까? 가장 위대하려면 어떤 색상이어야 하지요? 가격은 어떻습니까? 비싼 차와 저렴한 차 중에서 어떤 것이 위대한 것이죠?

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위대하다는 평가 기준을 '전지'와 '전능'과 '전선'이라고 해야 합니까? 객관적 근거는 무엇이지요? '아름다움'같은 미적 기준은 왜 포함되지 않아야 합니까? 혹은 '크기'의 기준은 왜 포함되지 않아야 합니까? '아름다움'이나 '크기'가 기준에 포함되려면 '영적(Spiritual)' 존재일 수는 없겠지요? 이렇듯 기준이 작위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전선(전적인 선함)'같은 개념도 심각한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가능세계를 논할진대, 어떤 가능세계에서는 현실세계와 정 반대의 선악개념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가능세계에서 '전선'한 존재가 있을 수 있습니까?

게다가 이 논리는 필연적으로 '다신론'을 수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존재가능한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가 필연적으로 무한의 가능세계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지만, 그 존재가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드시 매우 많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위대함의 '최대치'라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그 존재가 둘 인 것도 가능하고, 셋 인 것도 가능하고, 백만 이라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무수히 많은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는 가능세계에 속하며, 그러므로 어느 가능세계엔가는 존재해야하고, 그것은 곧 모든 가능세계에 존재해야 하므로, 현실세계에도 존재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최대치보다 조금 못한 위대한 존재도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지요. '전지'하고 '전능'하지만, '전선'하지는 않는 존재도 가능합니다. 즉,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선하지는 않은 존재'도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와 동일한 힘(능력)을 갖고 있지만 완전히 선하지는 않은 존재의 가능성이 무한히 높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최대한으로 선한 상태'는 단 하나의 상태이지만, 그보다 조금 덜 선한 상태는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능력은 동일하나 1% 악함이 존재하는 상태', 혹은 '1.1% 악함이 존재하는 상태', 나아가 '능력은 동일하나 최대한으로 악한 존재'까지 무한한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 '전지전능하지만 전선하지는 않은 존재'는 자신과 동일한 능력을 가졌지만 대립되는 성품을 가진 '최대한으로 위대한 존재'의 등장을 '전지'하기때문에 감지할 것이고,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순서'나 '시간'적 개념을 배제하고 생각하여, 이러한 대립되는 존재들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여도 이들은 서로를 제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능력'은 동일하게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2. '가능세계'의 문제 

이 존재론적 논증에서는 '가능세계'라는 개념이 필수적입니다.
'가능세계'라는 개념에서 두 가지 전제가 반드시 충족되어야 위 영상에서 주장하는 논증이 성립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첫째. '현실세계'외의 세계가 정말 '가능'한가?
둘째. '가능'한 것은 반드시 '존재'하는가?

첫 번째 전제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예를들어 가룟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먹은 것은 '현실세계'의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먹기 전에는 팔아먹지 않는 것이 정말 가능했습니까? 이것은 특정 종교를 고려하지 않고 생각할 경우엔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으로 생각할 경우에는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먹는 선택 외의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즉, 전혀 가능한 세계가 아닙니다.

두 번째 전제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설령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먹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세계가 존재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존재론적 논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가능세계'라는 것이 실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먹기 전에는 두 선택의 길이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다가, 그가 결정하고 실행한 순간 나머지 가능성은 실현되지 못하고 소멸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것만이 우리가 관찰 가능한 사실이며, 가능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공상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또한 가능세계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하든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모든 가능성이 실현되는 평행의 '가능세계'가 존재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모든 가능성이 실현되는 세계가 각각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먼저 어떤 모양의 세계이든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에, 그에 따른 가능세계가 구축되면서 신이 생기느냐, 아니면 신이 제1원인으로 존재하여 '모든 것'을 유발했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신은 완전한 '무(Nothing)'의 상태에서 자신이 제1원인으로 존재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않으면 아직 신이 존재하기 이전의 세계는 말 그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됩니다. 그리고 현실세계 역시 아직 신이 존재하지 않는 가능세계 중에 속해있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논하는 '존재론 논증'은 거짓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신이 제1원인으로 존재하고 그 신으로부터 '모든 것'이 유발되었다고 했을 때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왜냐하면 위의 '존재론 논증'은 이미 신의 존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나리오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1원인으로서의 '전지, 전능, 전선'한 신이 과연 '가능세계'를 허용하겠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총체적 난국이지요.



결론적으로,

이 외에도 지적할 부분이 많지만, 이만하면 문제점은 충분히 드러났다고 생각됩니다. 애초에 '가능세계'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잘못된 것으로, 기독교인으로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성경에 대해서 크게 오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는 "윌리엄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의 '중간지식'의 오류"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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