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대 청소년에 테이저건 사용 과잉진압 논란을 보며

2017년 5월 21일, 경기도의 오산중앙파출소 소속 경찰관 4명이 "청소년들이 술을 먹고 싸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테이저건을 사용한 사실이 각 포털사이트 메인 뉴스에 내걸렸습니다.

거의 모든 댓글이 일방적으로 청소년들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경찰들을 옹호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경찰 곤봉으로 두들겨 패야 했다거나, 실탄을 쏴버려야 했다는 식의 글들이 많은 추천을 받아 상단을 장식했습니다. 아마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들도 상당수가 관련 뉴스를 보셨다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필자는 욕설이나 과격한 표현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욕설은 격렬한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당한 명분이 없이 타인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며 욕설과 악담, 저주를 퍼붓는다면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 출동한 경찰과 학생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학생들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측 주장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이 출동해서 학생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렸고, 이에 학생이 불만을 욕설로 표현하자 경찰이 목덜미를 잡고 보복에 나섰고, 이에 학생들이 반항하자 테이저건을 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경찰의 발언이나 폭력행위에 대한 진술이 더 있지만, 너무 길어지니 일단 사건 발단부분만 압축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경찰측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경찰이 출동했더니 청소년 20여명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고, 귀가조치를 취하려고 하자 학생 1명이 욕설을 하며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폭행을 시작했고, 이후 여러학생들이 가세하자 부득이 테이저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요? 자신의 편견에 따라 섣불리 넘겨짚어서는 안됩니다. 먼저 증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인터넷상에는 당시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있는데, 필자도 그 영상을 보았지만 이미 상황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였고, 영상의 화질도 좋지 않아서 증거로 삼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들은 발견되는데 아래에서 언급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양 측의 주장을 토대로 추론을 시도해보겠습니다.

1. 일단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양측 주장의 신빙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2.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테이저건을 맞은 청소년들이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청소년측은 자신들이 아니라 뒤쪽에 다른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고 주장했고, 경찰측은 이를 반박하는 진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20여명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고 뭉퉁그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주장처럼 자신들 뒤에 다른 무리가 싸우고 있었어도 경찰은 당시 현장상황을 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측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모두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라고 가정하면 싸움은 테이저건을 맞은 청소년들이 했던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경찰이 해산명령을 했던 것도 양측의 주장이 일치합니다.

4. 그리고 청소년측 한 명이 욕설을 한 것도 양측의 주장이 일치합니다.

5.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경찰은 청소년들이 욕설을 하며 경찰관 멱살을 잡고 폭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경찰이 욕설을 듣자 역시 욕설을 하며 먼저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역시도 양측의 주장이 모두 사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의 진술에는 '순서'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측 주장에는 진행순서가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경찰이 해산명령을 했고, 학생이 욕설을 하며 돌아가려했고, 그것을 들은 경찰이 "뭐라했어 이새끼야"하며 멱살을 잡았고, 이에 학생들이 경찰의 손을 잡으면서 항의했다는 시간적 순서가 정확히 진술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측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없는 바, 역시 이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기에서 목을 잡은 것은 경찰이 먼저였다는 부분만 누락시키고 진술하면 경찰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게 됩니다. 경찰이 청소년의 목을 잡았을 때, 청소년도 손 늘어뜨리고 있지는 않았을테고 이 때 경찰의 팔이나 목덜미 근처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자세가 될 것입니다. 경찰의 진술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경찰관이 모두 집으로 귀가 할 것을 설득하던 중 1명이 욕설을 하며 경찰관 멱살을 잡고 폭행하였습니다.

이후 여러명이 가세하여 제압의 필요성이 있어 테이져건 1정을 사용, 체포 한 사실이 있으며..."

어떻습니까? 전혀 다른 것처럼 보였던 청소년측과 경찰의 진술이, 먼저 목을 잡고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 경찰이었다는 사실만 슬쩍 생략하면 완전히 동일하지 않습니까?

다른 증거가 없는 한, 우리는 양측의 주장을 모두 사실로 인정하든지, 모두 거짓으로 치부하든지 하는 것이 공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증거가 없다면, 누군가를 거짓말장이로 모는 것은 옳지 않으므로 우선 거짓이라는 증거가 나타나기 전엔 사실로 가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양측의 진술을 토대로 정리된 사건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원에서 둘 이상의 청소년 무리가 있었습니다. 한 편은 싸움을 하며 소란을 피웠고, 다른 한 편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던 친구를 위로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소란을 피우는 무리로 인해서 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되었고, 출동한 경찰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청소년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청소년 한 명이 돌아가며 욕을 내뱉자, 경찰도 이에 대응하여 욕을 하며 청소년의 목을 움켜 잡습니다. 이에 함께 있던 청소년들이 경찰관의 팔을 잡고 항의하자 경찰은 한 명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합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의 행위는 명백히 과잉진압이 맞습니다.

여기서 당시 현장영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언급해보면, 영상 자체는 너무 어둡고 흔들리고 사람들이 얽혀 있어서 정확히 보기는 어렵지만 목소리는 어느정도 제대로 들립니다.


그런데 청소년의 말을 들어보면 "왜 잡아요", "깡패에요?", "놓으시라구요" 같은 목소리가 또렷이 들립니다. 또한 경찰의 목소리는 "일어나보라구", "이리 오라고 새끼야" 같은 목소리가 분명히 들립니다. 어둡고 분명하지 않은 영상이므로 단정하지는 않겠지만, 경찰의 명확하지 않는 해명을 덥석 믿고 섣불리 상황을 그려보면 연상되는 장면처럼, 그냥 해산명령을 했더니 욕설을하며 달려들어 멱살잡고 폭행을 시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주변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뭐하는거야 경찰들이.."같은 말만 반복할 뿐 경찰에게 위협적인 행동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경찰 여럿에 해당청소년을 잡아 바닥쪽으로 제압한 상황에서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러분 눈에는 다르게 보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영상이 어둡기도 하고, 혹시 불리한 장면이 편집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단정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영상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이 전하는 내용을 고려할 때, 청소년측이 경찰에 크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추정됩니다.

청소년들도 스스로 인정하였듯이, 욕설을 한 것은 잘못이 맞습니다. 그러나 분명 지나친 반응이었기는 하지만, 청소년측이 불만을 가질 이유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은 조용히 이야기만 하고 있었는데 경찰은 다짜고짜 해산을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처하면 불만을 가질 것입니다.

그런데 "하.. 시발" 했다는 이유로 같이 욕설을 하며 목을 잡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어린 놈이 나에게 무례했다는 이유로 감정이 상해 저지른 보복행위에 불과합니다. 이에 다른 청소년들이 반발하자 테이저건을 쐈다면 이것은 심각한 과잉진압이고 공권력 남용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차벽을 만들면 그렇게도 비난하던 그 사람들이, 사실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 경찰이 테이저건이라는 강력한 물리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한 쪽을 죽일놈으로 단정하고 극언을 쏟아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 청소년들을 향해 극언을 쏟아낸 사람들은(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부류) 만일 자신이 경찰의 부당하고 고압적인 명령에 따르면서 "하, 시발" 했다는 이유로 테이저건 쳐맞아도, 차라리 자신은 실탄을 맞고 바람구멍이 나든지, 곤봉으로 쳐맞아야 했을 인간쓰레기가 맞다고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는다면, 저 청소년들은 단지 나이가 성년이 되기에 약간 부족한 것 뿐이라는 이유로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정당하다는 것입니까?

제가 위에 추론한 내용은 역시 저의 추론일 뿐이므로, 저것이 사실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경찰측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상황을 놓고 최대한 편견을 배제하고 추론한 저 내용이 만약 사실일 경우라면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기분내키는대로 지껄였다면 저 경찰들도 당장 모가지 묶어서 테이저건으로 지지라고 했겠지요. 제가 경찰측에 불리하게 들리는 추론을 설명한 것은, 실제로는 다수의 여론이 섣불리 결론내린 것과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는 더 철저히 조사를 해서 신중하게 결론이 내려져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미 여론재판은 끝났습니다. 저 청소년들은 싹수가 글러먹은 인간쓰레기들이고 그 부모들도 안봐도 뻔한 작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저 청소년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가득하고, 유튜브에는 저들을 조롱하는 영상들까지 만들어서 올라왔더군요. 남 욕하는걸로 돈을 벌어도, 일단 진상이 파악된 뒤에 버시란 말입니다. 며칠 지나면 관심에서 멀어져 돈이 안될거 같아서 그런가요? 어떤 사람은 상처 사진 올린것에 검은색으로 그림판으로 가린 부분이 있다면서 문신 있는거 아니냐고 이죽거리더군요. 너무 치사하고 비열한거 아닙니까? 설령 문신있는 양아치 새끼면 다짜고짜 테이저로 지져도 되는겁니까? 사건 본질과는 관계도 없는 것들이고, 이것 또한 확인된 바도 아닌데 멋대로 상상해서 욕하고 조롱하니 결국은 다 같은 선상에 있는 문제겠지요.

대선 이후의 사회분위기를 봐도 그렇고, 대체 대한민국은 이성과 합리성은 어디에 팔아먹고 모든 사안을 정서와 감성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커뮤니티가 광적인 다수의견과 다수의 정서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인격살인과 다구리가 가해집니다. 조금만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살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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